
밀리의 서재 들어갈 때마다 보였던 소설. 표지가 너무 강렬해서 자꾸 눈길을 끌었다. 자꾸 표지의 여성분이 쳐다보는 기분도 들고 그래서 안 볼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추리 소설인가 싶었는데 다 읽고 나니 추리는 아닌 것 같고.. 스릴러? 일단 왓챠피디아에는 카테고리가 액션에 들어가 있기는 하는데, 액션은 아닌 것 같다. 내 안의 액션은 추격씬이나 몸싸움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런 장면이 등장하진 않는다. 추리도 뭔가 트릭이 있거나, 범인을 알아내는 느낌이 있어야 했는데 그런 장면은 없어서... 아무리 생각해도 스릴러 쪽에 가깝지 않나 싶다. (밑으로는 내용/결말에 대한 스포가 있습니다)
신혼부부인 트리샤와 이선은 폭설이 오는 날 새집을 보러 떠났다가 눈 때문에 한 저택에 고립된다. 집은 흠잡을 데 없이 훌륭했지만, 어딘가 찜찜한 구석이 있다. 이후 이들은 이 집이 3년 전에 실종되었던 정신과 박사인 헤일의 집이란 걸 알게 된다. 이선은 그들이 살게 될지도 모르는 이 집이 무척 마음에 드는 모습이었지만, 트리샤는 계속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이렇게 소설은 집 안에서만 지내야 하는 트리샤와 이선의 모습과 실종되기 전 헤일의 모습을 번갈아가며 보여주고, 과연 이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일이 생길지 긴장감을 유도한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몰입하면서 봤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 가장 몰입해서 봤고, 책도 술술 넘어갔다. 다음 장을 계속 넘기게 되는 소설이었는데, 다 읽고 난 감상 역시 '책태기에 읽으면 좋겠다!' 이거였다. 소설 읽으면서 도파민 돈다고 하는 표현이 이럴 때 쓰는 거구나 싶었다ㅋㅋ 트리샤가 이 집을 찜찜하게 여기는 거에 나도 너무 공감하고, 이선이 트리샤 말을 한 귀로 흘러 넘기는 걸 보고 내가 다 답답하면서 '공포 영화에선 이러다 죽던데...' 라고 생각했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과거 헤일 박사는 어쩌다가 실종되었는지 궁금해서 계속 읽을 수밖에 없었다. 궁금증 유발만 보자면 백점 만점에 백점인 소설이다.
실종된 박사 집에 신혼부부가 지내면서 과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내용이지만, 추리 소설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게 치밀한 범죄로 인한 사건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헤일 박사에게 있었던 일이 트리샤, 이선과 무슨 관계일지 그걸 굉장히 궁금해하며 봤는데,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사건의 진실에 너무 놀랐다. 뒤통수 쿵 하고 맞은 기분이었다. 현대에 와서는 독자를 놀라게 할 만한 반전을 주긴 힘든데, '네버 라이' 는 그 부분에 있어서 성공적이었다. 근데 모든 내용을 알고 봤을 때 '지금까지 없었던 반전인지?'를 묻는 다면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막상 알고 보니 엄청 놀랍거나 새로운 반전은 아닌데, 열심히 책을 읽던 독자들의 대다수는 눈치 못 채고 반전에 놀랄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독특한 반전은 아닌데 놀랐다는 거, 이거는 작가님 글솜씨가 있어서 가능했던 일인 것 같다. 만약 나 빼고 다른 사람들은 다 눈치채면서 봤다면 그냥 내가 눈치가 없는 걸로....
제목인 '네버 라이'는 누구에게 누가 하는 말인지 싶었는데, 등장인물 대다수가 거짓말을 하고 있어서 그런 제목을 짓지 않으셨을까 싶다. 이 책에서 유일하게 진실된 자가 있다면 루크 같은데, 루크만 배드엔딩이란 게 아이러니하다. 헤일도 나름 배드엔딩이긴 한데, 이 분은 살짝 스스로 고통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간 듯하기도 해... 그깟 타이어 바퀴 펑크 내는 영상이 뭐라고. 그냥 한 번 욕먹고 말지. 쌓아놓은 명예가 너무 많아서 그랬으려나.
그나저나 당연히 한국 사람은 아니겠지만, 이선 이름 되게 한국인 같다. 덕분에 내 머릿속에서는 트리샤와 이선을 백인/아시안 부부로 상상하면서 봤다. 해피엔딩이라면 해피엔딩인 소설인데 어딘가 씁쓸한 해피엔딩이다. 트리샤와 이선은 계속 동상이몽 하면서 살 것 같기도 하다. 서로의 밑바닥을 다 봤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찜찜하지 않을까. 상대방이 좀 마음에 안 드는 짓을 해도 '쟤 저런 과거 있는데, 과거에 저런 짓 했잖아.' 라며 의심 한 번 할 것 같고, 과거 버릇 떠올려서 '이번에도 그냥 확?' 이라며 올라오는 분노를 다스리며 살아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루크만 너무 불쌍했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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