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결말에 대한 스포가 있습니다>
오랜만에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유명한, 유가와 교수 시리즈의 시작인 '탐정 갈릴레오'를 다시 읽었다. 언제였더라... 일드 보고 재밌어서 갈릴레오 시리즈 순서대로 책도 찾아봤는데. 아마 내 인생 첫 번째의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 소설이었던 것 같다. 재밌어서 나머지 후속권들도 찾아 읽고, 아직 번역 안된 책들은 언제 나오나 궁금해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집 정리 해서 책들을 다 버렸지만, 리디 셀렉트에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오랜만에 다시 읽음! 다시 읽어도 술술 읽히고 재밌었고, 그때 유가와 교수를 내가 왜 좋아했었는지도 기억났다ㅋㅋㅋ뭔가 천재인데 적당히 사회성 있고, 농담도 할 줄 아는 사람이라서 호감이었던 듯ㅋㅋㅋ
소설은 총 다섯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단편소설집이다. 형사인 구사나기 슌페이가 사건이 막힐 때마다 자기 유가와 교수에게 자문을 구하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패턴이 반복된다. 유가와가 물리학과 교수인 만큼 사건들을 과학적인 논리로 설명해 주는데, 구사나기가 이과와는 전혀 거리가 먼 인물이기 때문에 예시를 들며 굉장히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덕분에 과학 바보인 나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솔직히 고백하면 못 알아듣는 부분도 있긴 한데, 사건을 이해하는 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 다섯 개의 에피소드도 각각 설명하자면 // 1) 타오르다 : 오토바이 양아치들이 길에서 담배피며 수다 떨다가 갑자기 한 명의 머리에 불이 타오르고 그 장소가 폭발한 사건 2) 옮겨 붙다 : 중학생 친구들이 연못에서 낚시를 하다가 석고로 만든 사람의 얼굴을 발견하고 학교 전시회에 제출한 이야기 3) 썩다 : 입욕 중에 한 남자가 사망했는데, 그 남자의 가슴에 원인 불명 회색 반점이 있는 사건 4) 폭발하다 : 전혀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죽은 두 남녀의 과거 연결지점을 찾아가는 사건 5) 이탈하다 : 한 소년이 방에서 유체이탈을 경험하고, 사건의 목격자가 된 사건 // 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한 줄 정리하는 이유는 지나고 나면 무슨 사건이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나더라고..ㅎㅎ 나름 줄거리 한 줄로 정리한 셈이니 이거 보면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단편 소설이 그렇듯 사건의 인상 깊음 정도도 각각 달랐는데, 5개 에피소드 중 굳이 하나를 뽑으라면 '이탈하다.' 사건이다. 이 소설 주인공이 과학자인 유가와 교수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소년이 정말 유체이탈을 했을 거라고는 생각을 안 했다. 그렇지만 소년의 아버지가 '우리 아들이 유체이탈을 했어요!!' 라며 온동네방네 소문 내고 유명세 얻으려고 했을 때는 보는 내가 좀 찝찝했다. 이거 하나로 아빠가 아들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자신의 도덕적 신념이 허용하는 한까지 아들을 이용하려는 게 보여서... 게다가 아들이 유체이탈 하고 본 그림을 좀 더 그럴듯하게 수정한 것도 너무 찝찝했다. 거짓말이 들켰을 때 아들에게 미칠 파장을 고려하지 않은 게 너무 보여서, 뭔가 악인이 범죄를 저지르는 걸 볼 때보다 더 찝찝한 기분이었다. 이 아버지란 인물의 찝찝함 때문에 이 에피소드가 가장 인상 깊었던 걸로.
나머지 에피소드들도 인상 깊은 부분이 하나씩은 있었는데, '타오르다'는 일드로 볼 때 머리가 타올랐던 장면을 본 기억이 나서 다시 글로 읽으니 반가웠다(?) 이 당시 한국드라마 외에는 본 적 없던 나에게 요런 장면이 등장하는 장면은 너무 센세이션한 것이었다. 이때 일드 참신한 거 진짜 많았는데. 요즘도 가끔 찾아보지만 그때 그 감성에 계속 머무르는 것 같아 그것도 신기했다. 굉장히 고인물이 돼버림^_ㅠ 요즘은 한드가 백배 천배 더 낫다. 그리고 '폭발하다'는 사건의 진상을 밝혀보면 결국 자기 수강신청 안 받아줬다고 살인 저지름 셈인데, '겨우 그걸로?' 싶다가 현실에서 일어나는 범죄 사건들 보면 사람 감정이 어디서 폭발할지 모른다는 게 새삼 느껴져서 또 납득되고 그렇더라구... 냉정하게 보면 그 정도의 일이 아닌데, 자기 억울한 감정 쏟을 데가 한정적이면 이상하게 원망이 폭발하기도 하는데 이 사건이 그런 사건이었던 것 같다. 아무튼 피해자만 무척 안타까웠던 사건이다..
아무튼 오랜만에 갈릴레오 시리즈 다시 읽으니 재밌었다. 요즘은 어디까지 나왔나 보는데, '허상의 어릿광대' 라는 편도 나왔더라고! 딱 그 전편인 '한여름의 방정식'까지만 읽었어서 이것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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