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알퐁스 도데 단편선 후기

겨울오렌지 2025. 4. 26. 23:20

 

 

 

다른 책 후기에서 썼던 것처럼, 어렸을 때 만화로 재밌게 읽은 세계 고전 문학들 소설로 다시 읽기 운동 중이다. 오랜만에 밀리의 서재 다시 가입했더니 그 사이 세계 문학들이 엄청나게 들어왔더라고요- 반가운 마음에 뭐 있나 뒤적거리다가 '알퐁스 도데 단편선' 있길래 이걸로 결정했다! 읽기 전에 기억났던 작품으로는 우선 '별'. 아마 이 이야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지 않을까? 이거 외에는 떠오르는 게 없어서 생각보다 아는 작품이 많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나 이 이야기 알아!'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더라. 인간의 잠재 기억이란 생각보다 대단한 것 같다. 본 적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단서 몇 개에 다시 떠오르다니 말이야.
 
단편 소설은 총 26개가 들어있는데(직접 하나하나 세본 거라 틀릴 수도...), 245페이지라는 짧은 분량에 스무 개가 훨씬 넘는 소설들이 있다 보니 정말 단편이라는 느낌이다. 어떤 이야기는 잘 마무리되는 느낌이 들었고, 또 어떤 이야기는 뭔가 시작한다고 생각했는데 곧바로 끝나버렸다. 단편들 중 기억에 남는 건 우선 앞에서 언급한 '별.' 이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들보다 강렬해서 기억났다기보다는 아는 이야기 나와서 더 기억에 남는 거 같다ㅋㅋㅋ그리고 새삼 읽으면서 생각한 건데 '별'의 감성이 우리나라 소설인 '소나기'랑 좀 비슷한 느낌이다. 둘 다 풋풋한 첫사랑 느낌이라 그런가? '코르니유 영감님의 비밀' 도. 이것도 어릴 때 만화로 읽은 적이 있단 게 새삼 떠올랐다. 만화로 봤을 때도 슬펐는데, 글자로 다시 읽으니 더 슬프다. 다른 사람들한테 안 들키려고, 매일 저녁 백토를 싣고 다니는 할아버지를 상상하니... 엄청 외로우셨을 텐데, 그 외로움마저 감추고 사람을 멀리하고 풍차의 자존심을 지켜주려고 했다니. 이미 아는 이야기였지만, 이 이야기가 제일 좋았고 좀 공감 가는 부분도 있었다. 
 
그리고 단편 소설 읽으면서 새로 눈에 들어왔던 부분이 전쟁 배경으로 한 소설이 많다는 거다. 어릴 때 본 '알퐁스 도데 단편선' 에서는 전쟁 이야기들은 별로 못 본 것 같아 이 부분이 엄청 새로웠다. 작가 이력을 보다 알게 된 건데, 도데는 1870년에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에 국민병으로 참가하였고, 그 후 파리의 총성과 내란도 겪었다고 한다(프로이센이 어딘가 해서 검색해 보니 1701년 독일 동북부에 세워졌던 왕국이나 제2차 세계대전 때 소련 및 폴란드에 점령되며 사라졌다고 한다). 작가의 이런 경험들이 소설 속에서 많이 표현되지 않았을까? 싶다. 새로 읽으면서 알게 된 소설 중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소년 간첩' 이랑 '어머니들'. 둘 다 가족들과 함께 하는 일상이 전쟁 때문에 사라진 점을 보여줘서 짧은 내용이지만 심장이 콕콕 찔리는 기분이었다. 특히 '소년 간첩' 은 어린 아들의 잘못 때문에 아버지는 목숨을 잃었지만, 그 아들의 의도가 엄청나게 잘못된 거라 할 수 없어서 더 비극인 부분이다. 그냥 돈 벌 수 있는 방법이고 문제없다고 하니까 호기심에 따라갔을 텐데, 엄청난 매국노가 된 셈 아닌가. 아버지도 그걸 아니까 총 들고 전쟁터로 뛰어든 거고... 아들은 돌아오지 않을 아버지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애 나이도 겨우 열 살 넘었다고 나와있는데, 이 모든 걸 감당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이고, 전쟁의 피해는 나이 상관없이 다가온다는 게 새삼 느껴졌다.
 
 소설을 읽으면서 단편소설이라지만 뭔가 시에 더 가깝다는 인상을 받은 소설들도 몇몇 있었는데, 이 역시 작가의 이력을 보면서 궁금증이 풀렸다. 알퐁스 도데는 시집을 먼저 냈고, 그 뒤에 소설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여러 장르를 창작한 경험 때문인지 소설을 읽으면서도 시를 읽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이번에 읽은 단편 소설들은 '풍찻간 편지', '월요일 이야기'에 실린 단편들 중 골라 출판했다고 적혀 있는데, 다른 단편 소설들도 궁금하다.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알퐁스 도데 책들도 한 번 보고 내가 못 본 이야기들이 있나 비교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