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리의 서재에서 가볍게 읽을 것 찾다가 발견한 북유럽 동화! 동화나 신화 이런 걸 너무 좋아해서 제목부터 끌렸다. 심지어 북유럽 동화라니까 뭔가 새로운 느낌. 북유럽에 해당하는 국가가 어딘지 모르겠어서 한 번 검색해 보니까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등 나라들이 나왔다. 확실히 접해보지 못한 나라의 동화여서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다. 각 나라의 문화가 다르더라도 권선징악이라는 면에서는 공통점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혹시 이미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 이게 북유럽 지역 동화인지는 몰랐다든지 그런 내용이 있지 않을까?도 생각해 봤다ㅋㅋ
본격적인 책 소감을 남기기 앞서, 책 초반에 천선란 작가님의 추천글이 적혀 있는데 이 부분이 너무 좋았다. 솔직히 말하면 여기서 제일 감동 많이 받았다ㅋㅋㅋ동화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간단히 적으셨는데 이를 '동화가 우리 몸에 묻었다.' 라고 표현해 주셨다. '동화를 읽었다.' 가 아니라 '우리 몸에 묻었다.' 라니, 생소한 표현인데 읽자마자 너무 따뜻해지는 문장... 진짜 내가 어릴 때 읽은 동화들로 삶을 살아가는 느낌이 가끔 있는데, 그걸 너무 자연스럽게 표현해 주셨다. 아무튼 이 문장을 읽게 된 것만으로 이 책을 만나게 된 게 반가워졌다.
책은 '환상적인 이야기/신비로운 이야기/재미있는 이야기' 이렇게 세 파트로 총 32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너무 많은 동화가 담겨 있었고, 솔직히 비슷한 패턴의 이야기들도 많았으므로 전반적인 북유럽 동화에 대한 인상 위주로 후기를 남겨보자면 첫째, 곰, 트롤, 바람이 자주 나온다. 물론 돼지나 소 같이 우리가 동화에서 자주 보던 동물들도 등장하지만, 곰이 자주 나오는 건 좀 새로웠다. 그리고 트롤이 악역으로 자주 나오는데 나올 때마다 동화 겸 북유럽 신화 읽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지나가는 바람에게 도움 요청하거나 길 물어보는 장면들도 종종 나오는데, 바람도 '샛바람/갈바람/된바람' 이렇게 구체적으로 나누어서 나온다. 북유럽 지역이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인가? 그리고 둘째로는 삼 형제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 보통 셋째가 주인공이다. 첫째랑 둘째는 어리석거나 셋째를 질투해 곤경에 빠뜨리는 역할로 자주 나온다. 이거 읽으면서 북유럽 신화뿐만 아니라 삼 형제가 나오는 작품들 중에 첫째나 둘째가 활약하는 작품이 있는지 생각해 봤는데 잘 안 떠오르더라. 열심히 찾아보면 첫째가 활약하는 이야기는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둘째가 주인공인 작품은 진짜 안 떠오른다. 첫째는 맏이여서, 셋째는 막내라는 특징 때문에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나? 둘째는 좀 억울하겠어. 둘째도 힘든데ㅠㅠ 세 번째 특징으로는 '하지 말라는 건 꼭 한다.'이다. 주인공이 금기를 어기는 건 나름 클리셰라 이미 알고 있던 동화들에서도 많이 봤던 장면이긴 한데, 북유럽 동화에서는 더 자주 등장하는 느낌이었다. 특히 주인공에게 여러 번의 기회를 줬는데도 매번 호기심을 못 참고 약속을 어겼다가 고생을 하는 이야기도 있다. 이와는 반대로 하지 말라는 행동을 해서 목숨을 구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앞의 이야기와는 상반된 교훈을 주는 것 같아서 어린아이들이 동시에 읽으면 좀 혼란스럽겠단 생각을 했다ㅋㅋㅋㅋ그리고 마지막으로 공주들이 많이 등장한다. 동화란 게 공주나 왕자와 마지막에 결혼하고 해피엔딩하는 스토리이긴 하지만, 북유럽 동화는 왕자보단 공주들이 등장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았다(이 책 한 권으로 내리기에는 섣부른 결론일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등장하는 공주들이 트롤에게 잡혀있거나, 저주에 걸려있거나 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주인공에게 친절하게 어떻게 하면 자신을 도울 수 있을지 자세히 알려준다. 몇몇 주인공들은 대책 없이 일을 벌이는 경우가 많아서 좀 당황스러웠는데, 공주를 만나 인생 역전한 케이스들로 보였다.
그리고 이건 북유럽 동화의 특징인지, 아님 번역이 재밌게 된 건지는 모르겠는데, 묘하게 시니컬한 개그들이 있어서 웃겼다ㅋㅋㅋ가장 빵 터졌던 대사가 하나 있었는데, <바닷물이 짠 이유> 라는 동화에 나오는 대사였다. 가난한 동생이 잘 사는 형한테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이었는데, 형이 동생에게 베이컨을 주며 '이거 가지고 어서 지옥으로 꺼져버려라!' 라고 하자 동생이 '알겠습니다.' 하고 진짜로 지옥을 향해 뚜벅뚜벅 길을 나선다. 난 지옥으로 가버리란 대사가 당연히 꼴도 보기 싫다는 뜻으로 하는 대사인 줄 알았는데 진지하게 지옥으로 여행 떠나서 내가 맞게 읽은 건지 여러 번 되돌아가며 읽었다. 이렇게 띠용스러운 대사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툭툭 튀어나오는데, 그게 이상하게 웃겼다ㅋㅋㅋ객관적으로 봐도 이 대사 웃기지 않나요..?(소심).
아무튼 스트레스 안 받고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다. 동화란 게 그 나라의 특징들을 반영하면서, 또 보편적인 공통점이 있다는 게 새삼 신기하다. 기회 되면 다른 동화들도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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