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후기

겨울오렌지 2025. 2. 9. 17:33

 

 

 

 요즘 옛날 어린 시절에 읽었던 학습 만화책들 다시 소설로 읽는 재미에 빠졌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을 줄글로 읽으니까  옛 기억이 나면서 또 새로운 이야기 읽는 기분도 들더라.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책도 어렸을 때 만화책을 본 기억이 있어서 골라봤다. 어느 출판사 것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그림체가 무척 예뻤었는데. 톨스토이의 단편들을 모아놓은 책인데, 만화책 덕분에 다 아는 이야기이긴 했지만 그래도 재밌게 읽었다. 종교적인 색채도 강한 내용들인데, 딱히 거부감은 안 들었다. 무교인 사람한테도 와닿는 교훈들이어서 그런가. 타인에게 선을 베풀어야 한다는 내용들 위주라 나도 공감하며 봤던 것 같다.
 
 소설은 총 10편이 실려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랑이 있는 곳에 하나님이 있다>, <두 노인>, <초반에 불길을 잡지 못하면 끌 수가 없다>, <촛불>, <대자>, <바보 이반>, <사람에게는 얼마만 한 땅이 필요한가>, <노동과 죽음과 질병>, <세 가지 질문> 이렇게다. 내용에 따라 짧은 소설도 있고,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소설도 있다. 보통 단편소설하면 그중에 인상 깊은 소설들이 있고, 덜 마음에 머무는 소설들도 있는데 대다수가 '좋다'라고 생각되는 소설들이어서 새삼 오래 회자되는 소설들에는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그리고 이번에 읽으면서 안 건데,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도 톨스토이 소설들이더라- 분위기가 전혀 다른 것 같은데 같은 작가라니. 하나도 아니고 여러 소설들이 이름을 알리는 거 또 새삼 대단하다고 느꼈다.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소설은 '사람에게는 얼마만한 땅이 필요한가'였다. 만화책으로 읽던 시절에도 좀 충격적인 소설이었는데 커서 보니 오히려 씁쓸함이 남았다. 욕심부리지 말고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며 살아야겠단 생각도 했다. 이 소설이 좋은 이유가 제목도 그렇지만, 땅을 욕심내던 자의 마무리가 결국은 땅으로 돌아간다는 게 주제 의식이 잘 보여서 그런 것 같다. '바보 이반'도 재밌게 읽었는데 보면서 마귀의 답답함이 너무 전해져서ㅋㅋㅋㅋ이상하게 웃으면서 읽었다. 악귀를 상대하려면 그 정도는 돼야 하나보다. '드디어 신사가 머리로 일하기 시작했대요.' 이 대사 마귀가 직접 들었으면 답답하다 못해 돌아버리지 않았을까... '두 노인'도 좋았던 소설인데, 옐리세이가 베풀었던 선행이 다른 사람에게 또 선행으로 돌아갔다는 게 좋았다. '너무 착하게만 살면 안 된다.' 라는 말들이 종종 들리는 사회에서, 뭔가 작은 믿음을 주는 내용이라 생각한다. 나에게 이득이 없는 착함이랄지라도 내가 모르는 곳에서 누군가에게로 돌아갈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도 하게 되고. 사실 소설 전반의 내용들이 보여주는 부분이 그거다. 비슷한 분위기 소설들 10편이 모여있는 단편집이다. 근데 <대자>도 교훈은 알겠는데, 주인공인 아이가 그 정도의 잘못은 저질렀나 싶기도 했다. 10살 아이가, 3시간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세월이 30년 흘러가 있더라면 정신 상태는 여전히 열 살 아닌가... 물론 그 시대에는 아이에 대한 인식이 달랐을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강도는 반성한다고 죄를 씻기에는 죄가 좀 무겁지 않나. 그런 생각도 함ㅋㅋㅋ너무 현대인의 관점으로 본 것 같긴 해... 
 
 소설 끝의 톨스토이 인생사에 대해서도 대충이나마 읽어봤는데, 결혼 생활 15년은 행복했지만, 그 후에는 지독히도 불행했고, 이 불행했던 시기에 문학 활동이 왕성했다고 적혀 있었다. 왜 불행했을까? 아내라 사이가 안 좋았나? 뭔가 힘든 일이 생겼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어서 더 궁금해졌다. 찾아보면 나오려나? 행복했다가 불행했다고 적혀 있어서 더 궁금함...
 
 단편 10개가 모여있지만, 전체적인 분량이 또 많은 편은 아니어서, 하루이틀 사이에 금방 읽었다(라고 적었는데 북적북적 확인하니 3일 걸렸네;).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어서 더 술술 읽혔던 것도 있는 것 같고. 조만간 <전쟁과 평화>랑 <안나 카레리나>도 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