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의 한 달 만에 쓰는 도서 후기다. 그동안 책을 안 읽은 건 아니고 두세 권? 정도는 읽은 것 같은데, 길게 후기를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들은 아니라서 쓰진 않았다. 또 너무 덥기도 했다. 이 더운 날씨에 노트북 앞에 앉아 타닥타닥 칠 용기가 나지 않았어. 얼마나 더웠냐면 노트북에서 자꾸 경고창 뜨고 그랬음. 이 노트북 산 지 2년? 좀 넘은 것 같은데 이런 건 처음 봐가지구 뜰 때마다 에어컨 밑으로 대령시킴. 아무튼 이런저런 사유로 오랜만에 쓰는데, 이번에 쓰는 책은 이름부터 너무 좋은 <크리스마스 캐럴>이다. 이열치열은 조상님이나 할 수 있는 기술이고, 이미 오래전에 패배한 나 같은 사람은 이열치한 뭐 그런 걸로 갑니다. 그래서 제목부터 시원한 크리스마스 캐럴 골라서 읽었다. 농담이 아니구 진짜 겨울 책 보고 싶어서 고름^)^ 또 다른 이유도 하나 있긴 한데, 미드영드 볼 때마다 찰스 디킨스나 크리스마스 캐럴이 너무 많이 언급돼서 제대로 한 번 읽어보고 싶었다. 어릴 때 학습 만화로 본 것 같기도 한데, 스크루지 할아버지밖에 기억이 안 나서, 미디어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의 유령 언급할 때마다 '유령이 나왔나?' 라고 아리송한 상태가 됐다. 아무튼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고 어디선가 언급되는 거 보면 '어 나 저거 알아!'라고 스스로 아는 척하려고 읽어봤다(대충 캡틴 아메리카짤).
내가 읽은 출판사 버전에는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찰스 디킨스가 쓴 4편의 단편이 들어있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크리스마스 캐럴>이 맨 처음 나오고, <크리스마스 잔치>, <교회지기를 홀린 고블린 이야기>, <험프리 선생의 시계에 실린 크리스마스 이야기> 가 그 뒤에 나온다. 내용은 다르지만, 의미하는 바는 다 비슷해서 작가가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잘 알 수 있다. 크리스마스는 일 년에 단 한 번뿐인 특별한 날로 이때는 남녀노소 누구나 인정을 베풀고, 사랑을 하며, 따뜻함을 나누는 시기로 여겼다는 게 느껴졌다. 실제로 4편의 소설도 등장인물이나 방식은 다르지만 이와 같은 내용을 주제로 보여준다. 크리스마스를 정말로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여겼다는 걸 한여름 더위에 푹푹 찌고 있는 나조차 공감하며 봤다.
4편 중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가장 유명한 <크리스마스 캐럴> 에 대한 후기를 짧게 남겨 보자면, 언제나 주변 사람들에게 인색하고, 냉정하게 굴던 스크루지에게 죽은 동업자의 유령이 나타난다. 살아 있을 때는 말리라 부르던 그 유령은 스크루지에게는 아직 자신과 같은 운명을 피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며, 곧 나타날 세 유령을 맞이하란 말을 해 준다. 말리의 말대로 과거, 현재, 미래의 크리스마스 유령이 나타나고 각 시간대로 스크루지를 데리고 가 스크루지가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고 새사람이 되게 해준다. 어떻게 보면 뻔한 이야기인데, 깨달음을 얻고 새 삶을 다짐하는 스크루지의 모습이 책을 읽는 나조차 왈칵하게 만들었다. 선이 탄생하는 광경은 어떤 식으로 접하든 사람을 울컥하게 한다.
찰스 디킨스의 이력도 흥미로운데, 이번에 읽은 책이 크리스마스 책이니 크리스마스에 대한 부분만 언급하자면 디킨스는 빈곤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을 도울 방법은 교육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빈민 학교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자신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에서도 이 생각을 언급하는데, '남자아이는 무지고 여자아이는 빈곤이다. 무지와 빈곤을 둘 다 경계하고, 그와 정도가 비슷한 것들을 모두 경계하도록 하거라.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이 남자 아이다. 이 아이의 이마에 파멸이라고 쓰인 것이 보이는구나. 그것이 지워지지 않는다면 이 아이를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크리스마스 유령이 스크루지에게 무지와 빈곤 남배를 보여주며 경고하는 장면이다. 무지와 빈곤은 항상 같이 다니는 존재로 보고, 무지를 영원히 벗어나지 못한다면 파멸에 이를 것이라고 여겼던 게 아닐까. 아동 노동이 당연시 여기던 시대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게 대단하다.
한여름 날 시원하게 읽은 소설이다. 물론 읽으면서 진짜 시원했던 건 아닌데, 이 더운 날 크리스마스 트리를 떠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 시기적절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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